[기사]현빈 - 제로는 무한대다 ♣기사&칼럼


PEOPLE > NO.1 2009.11.18

현빈│제로는 무한대다

 남자의 이름은 만수다. 지방 소읍의 정비소에서, 월세 대신 보증금을 까먹으며 밀린 고지서와 청구서에 치여 살고 있다

도박에 미친 형이 몇푼 되지도 않는 생활비를 뜯어가고 오랫동안 치매를 앓아온 어머니가 잠든 밤에는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근채 오토바이로 한산한 국도를 달려가 심야극장에서 멍한 눈으로 액션영화에 빠져든다

남자가 구부정한 어깨로 오물이 묻은 빨랫감들을 물로 헹궈낸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먼지낀 세탁기에 집어넣고 

느릿하게 작동버튼을 누르는 긴 침묵의 시간동안 그가 지고 있는 지독한 일상의 무게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짓누른다

그 고통스럽고 가난하며 비루한 삶, 로맨틱함의 부스러기조차 찾을수 없는 남자의 일상으로 무심히 걸어 들어간 이는

이름부터 만수와는 백만광년쯤 떨어져있는듯한 현빈이다

반쯤 풀었다고 생각했던 수학문제가 어느 순간 갑자기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

그래서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의 현빈은 또 다시 알다가도 모를 배우가 되어 저만치 가버린다

언제나 0에서 다시 시작하는 배우

<내 이름의 김삼순>의 왕자님 현빈과 <나는 행복합니다>의 현빈은 백만광년 만큼의 거리가 있다.

현빈은 예측하기 어려운 배우다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은 단지 그가 KBS <그들이 사는 세상>보다 먼저 촬영했던 <나는 행복합니다>가

MBC <친구,우리들의 전설>보다도 늦게 세상에 공개되었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다

현빈은 언제나 0에서 시작하는 배우였다

MBC <논스톱4>의 모범생 청춘스타는 <아일랜드>에서 아픈 이들에게 헌신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강국이 되었고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는 세상 모든 로맨스 소설 남자 주인공의 매력은 다 모아놓은 것같은 남자 현진헌으로 변신했다

배우가 평생 한번 만나기도 쉽지 않은 강렬한 캐릭터를 둘이나 얻으며 세상 모든 여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되었을때 

그는 고작 스물넷이었지만 이 화사한 얼굴의 미청년은 스타라는 무게에 짓눌리지도,

인기에 들뜨지도 않고 태연히 걸음을 옮겼다

타고난 비범함때문에 평범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남의 이름으로 세상을 떠돌던 KBS <눈의 여왕>의 태웅을 통해

절대적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남자의 눈빛이 얼마나 처연할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던 현빈이 뒤이어 

<나는 행복합니다>를 선택한것은 "나를 돌이켜봐야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었

앞서 쌓아둔것을 계단삼아 위로 오르기보다는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쪽에 가까운 현빈의 행보는

 <나는 행복합니다>를 통해 적절한 쉼표를 찍는다

 어느 순간부터 너무 배우같거나 스타 같아져서 오히려 일상의 풍경을 어색하게 만드는 이들과 달리

현빈은 <나는 행복합니다>에 이어 KBS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도 지극히 일상적인 어떤 남자의 삶을 산다

그래서 만수가 허름하고 구겨진 휜칠한 체격을 가린채 시골노래방에서 등을 보이고 눈물 짓는 순간,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과대망상증으로 도피한 그가 초점없는 눈빛으로 수려한 이목구비를 흐려놓는 순간,

<그들이 사는 세상>의 지오가 사소한 일로 연인에게 짜증을 내고 녹내장때문에 휘청이는 순간마다 앞서는것은

미남배우의 변신에 대한 위화감보다는 애처로움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 뒤 찾아온 또다른 길

현빈은 <친구>에선 고단한 운명을, <그사세>에선 일상의 무게를 그려내며 자신을 확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일상을 살아내고 난뒤 현빈이 마초의 인생을 향해 발길을 옮기리라는것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지점이었을것이다

사실 장동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영화 <친구>를 리메이크한 <친구,우리들의 전설>은

그에게 얻을것이 없는 게임으로 보였다

하지만 모든 이의 만류를 뒤로하고 고집스레 동수가 되기를 자처했던 그는 타고난 착한 눈빛과 또렷한 말씨를 버리고

장동건과는 또 다른 비극의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죽지도 못하는 고통스러운 삶의 <나는 행복합니다>,

사랑을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상의 무게 <그들이 사는 세상>,

죽음으로써 겨우 끝이 나는 운명 <친구,우리들의 전설>을 차례로 그려내며 

현빈은 동년배 사이에서는 물론

지금 한국의 남자배우를 통틀어서도 자신의 영역을 눈에 띄게 확장해 나가는 존재가 되었다

 

http://10.asiae.co.kr/Articles/new_view.htm?sec=people5&a_id=200911181041190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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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개념기사로 팬들을 후련하게 해주는 10아시아

이게 무려 2년전 기사다

혹자들은 시청률이 안 오르면 배우를 아주 무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배우에게  그보다 더 중요한게 뭔지를 아는 배우....

그리하여 오늘날의 김주원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배우....

자기만의 길을 꿋꿋하게 잘 가는.... 소신있는 내 배우의 선택을 앞으로도 난 존중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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